나치와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고 한 말을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사실 소크라테스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실제로는 '지혜를 사랑하고 덕을 추구하며 이를 아테네 시민들에게 깨우치는 철학적 임무는 신이 내린 명령이기 때문에 철학을 포기하느니 차라리 죽겠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소크라테스가 이런 말을 했다고 전해지는 이유로는, 소크라테스가 사형 선고를 받은 후 친구 크리톤이 찾아와 탈출할 것을 권유 했지만, 자신의 철학적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이를 거부하고 순교 한 데서 유래되었다고 추측되네요.) 아무튼 악법도 법이기 때문에 따라야 한다는 논리는 법실증주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법실증주의를 바탕으로 한 실증주의 학자들과 나치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나치는 알다시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국가사회주의를 바탕으로 독일을 이끌고 전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세력입니다. 나치가 지배한 독일은 그 당시 철저한 교육을 했는데, 그 교육이 국가사회주의를 바탕으로, 즉, 독일인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인종이고 유태인은 가장 미천한 인종이라는 것, 또한 자연의 법칙에 따라 가장 위대한 독일인이 세계를 지배해야 한다는 것 등을 말합니다. 물론 일반적인 사회에서라면 그러한 교육이 통할리 만무하겠지만 그 당시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인해 엄청난 빚 더미에 앉아있었고 유태인들은 상권과 금융권을 장악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독일인들에게 잘못된 희망을 주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몇 가지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것들이 있습니다. 독일의 마르크화의 가치가 급락하게 된 이후, 사람들은 겨울에 집에 불을 떼우기 위해서 뗄감 대신 돈을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뗄감이 돈보다 훨씬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죠. 재미있는 일화로는 한 할머니가 빵 하나를 사기 위해서 자루에 돈을 가득 채워가다가 벤치에 앉아서 잠깐 잠이 들었는데 한 도둑이 돈은 길 바닥에 모두 쏳은 채 자루만 들고 갔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또, 식당에 사람들이 식사를 하러가면 고객은 식사 전에 미리 돈을 내려했고 식당주는 식사 후에 돈을 받으려 했다고 합니다. 식사 시간 중에 돈에 가치가 그만큼 더 하락하기 때문이죠.

그 당시 유럽의 반유태인 감정에 대한 이야기도 많지만, 하나만 살펴 본다면, 유태인이 도망가는 여행을 그린 한 영화(영화제목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네요;; 아시는 분은 알려주세요^^;)에서 폴란드인들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히틀러가 다 못했지만 그래도 잘한 일 하나 있지. 유태인들을 없앴잖아."

어쨌거나 국가사회주의 교육을 통해서 나치 독일은 유태인 학살을 큰 죄책감 없이 쉽게 수행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나치의 유태인 학살은 그들의 교육을 바탕으로 한 윤리 가치관에 큰 문제가 없었고, 오히려 법적으로도 보호가 되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후의 나치 수뇌부 들의 뉘른베르크에서의 재판을 다룬 영화 '뉘른베르크(Nurenberg)'에서는 한 독일인이 "당신은 정말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습니까?"라고 하는 물음에 "고양이가 쥐를 잡는데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있나요?"라고 반문합니다. 그리고 나치 수뇌부들 대부분은 그 당시 상황은 전시였고 우리는 나치 법을 따랐을 뿐이라고 합니다.

사진은 2005년 2월 유럽 여행 중, 아우슈비츠(?) 수용소 풍경

이러한 방식으로 실증주의 법학은 악법을 정당화 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데에 대해 비난의 대상이 됩니다. 이때부터 인간의 존엄성을 중시하는 천부인권에 중심을 둔 자연법에 다시 관심이 몰리고 신자연법론이 등장하고 발전하게 됩니다. 따라서 지금은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최소한의 인권은 지켜줘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고, 사회적으로 잘못된 일들을 정당화시키는 방법으로 사용되는 악법들은 수정될 수 있다는 인식이 통용되고 있습니다. 악법은 지켜야한다기 보다는 비난해야 하는 대상입니다.

by 기형z | 2007/02/10 22:59 | B. Easy articles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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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미니 at 2007/02/12 19:40
근데 그럼 악법의 정의가 뭔데?

난 저게 가치관의 문제라고 본다.....

물론 나치가 잘했다는건 아니지만 후세의 사람들이 지금 우리들을 보면

어떻게 저런 악법속에서 살아갔나 하는 사람들이 올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이야 천부인권이라 하여 인권존중을 대단히 여기는 시기이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고 미래에도 그러라는 보장은 없거든
Commented by 기형z at 2007/02/14 23:33
미니/ 맞아. 미래 사람들이 보면 현재 시대를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중요한 건 현재 시대에 존재하는 법이라고 해서 악법도 단순히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거야. 너가 말한 것처럼 악법이라는 것이 상대적이고 그 당시 사회의 가치관으로 판단되어지는 것에 대해서 나도 동의해..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판단으로 잘못된 법이 존재한다고 의심되면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잘못된 점을 바로 고치려는 노력이 필요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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