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9월 30일
세계속의 대학으로 발을 내딛는 KAIST
최근 KAIST 서남표 총장이 '정년보장(tenure)' 심사에서 40%에 달하는 교수들을 탈락시킨 일로 한국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교수라는 직위가 갖는 파워를 상기해 볼때 이는 정말 놀라운 일임에 틀림없다. 이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모범을 보였다며 환영하고 KAIST의 비전과 개혁에 기대를 거는 것 같은 느낌이다.
처음에 서남표 총장이 KAIST에 취임했을 때, 서남표 총장은 KAIST를 MIT와 함께 경쟁할 수 있는 대학으로 만들겠다며, 비전과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며 등장했다. 노벨상을 받았던 전 러플린 총장이 취임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했지만 (사실 러플린이 KAIST에 총장이 되었던건 홍보성이 강했던것 같다.), 그는 학자로선 훌륭했지만 행정에는 많은 경험이 없었기에 별다르게 이룬 것이 없었고, 모두가 실망을 하고 말았다. 처음에 서남표 총장이 비전을 제시했을 때도 과연 이전 총장들과 무엇이 다를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서남표 총장은 확실히 달랐다. 초기에 재기했던 것 중, '영어 강의 대폭 늘리기', '100억 지원 받기', '교수 평가하기' 등을 실제로 하나하나 이루어 냈다. 이뿐만 아니라 기존의 총장들과 달리 서남표 총장은 학생과 만나서 직접 자신의 비전을 이야기하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도 상당히 많이 가졌다. 한번은 '여학생의 밤'이라는 행사가 KAIST에서 열렸을 때, 서남표 총장이 참여했는데, 교수와 학생들이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에, 서남표 총장은 학생들이 자신에게 와서 이야기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학생들이 있는 이곳 저곳을 기웃기웃 거리면서 먼저 말을 붙였는데,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세가지 정책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해 보겠다.
우선, 가장 먼저 시행했던 것으로, 영어 강의를 대폭 늘렸던 정책이 있다. 지금 KAIST에서는 전체 과목의 약 25% 이상이 영어로 진행된다. 내년(2008년)이 되면 이 수치는 50%로 늘어있을 것이다. 이 정책 이후의 가장 큰 변화는 KAIST 내에 외국인 학생 비율이 부쩍 늘어났다는 것이다. 한 예로, 내가 2007년 봄학기에 들었던 한 과목에서 전체 학생의 약 30% 정도가 교환학생 및 외국인 학생이었다. 다양한 학생들이 한 학교에 있으면 서로간의 문화와 다른 생각들을 공유할 기회가 당연히 더 많아진다. 똑똑한 사람들이 모인 집단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집단에서 더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온다는 연구 결과를 보더라도 대학의 국제화는 필수적인 것이다. 영어 강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다양한 국제 학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국제화 대학으로서의 첫걸음인 것이다.
(현재 이곳 노르웨이 대학에서 KAIST로의 교환학생에 관심을 보이는 한 노르웨이 친구를 만났다. 왜 일본이나 중국의 대학이 아닌 KAIST를 택했냐는 나의 질문에.. 그 친구는 원래 일본으로의 교환학생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일본 대학에서 공부를 하려면 일본어를 알아야만 하지만, KAIST는 한국 최고 대학이면서 대부분의 강의가 영어인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말했다.)
영어 비중을 늘리는 데 대해서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KAIST가 진정 준비가 되어 있는가에 대해서 묻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타 대학과 비교해볼 때, KAIST는 아직 시행만 안했었지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본다. 물론, KAIST의 일반 행정인(기숙사 사감 등)들이 영어를 잘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 비영어권 국가 중 영어를 가장 잘 구사한다는 이곳 노르웨이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를 잘하긴 하지만, 내가 학과나 학교 기관에 전화를 걸어서 이것저것 물어볼 때면, 간혹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에게 바꿔주겠다는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답답한 것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이메일을 보내라'고 하면서도 정작 이메일에 대한 답장을 거의 2주~4주 뒤에 준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느릿한 행정에 대한 불만이 국제 학생들 사이에서 상당히 크다. 이런 면에서는 KAIST는 훨씬 뛰어난 행정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반 행정인의 영어 능력을 싱가포르나 영국 같은 영어권 국가와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면 이런 공백을 NTNU에서는 어떻게 매꾸는가? 바로 학생 네트워크이다! 이곳에는 잘 구성된 학생 네트워크가 상당히 많이 있다. 따라서 교환 학생들이 어려움이 생기면 학생 네트워크에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그러면 멋진 노르웨이 학생들이 최선을 다해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가끔 '비전은 좋은데, 시행하기에 너무 이르지 않냐?'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그냥 '영어 수업하면 내가 귀찮으니까 나 졸업하면 시행했으면 좋겠다'라는 것과 같다. 정말 비전이 좋다고 생각한다면 국제 학생들을 도울 수 있는 학생 네트워크를 조직해 보는 건 어떨까.
(원래 좀더 자세하게 다 쓰려 했는데, 나머지 두 가지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쓸게요;; 졸려서..^^;;)
서남표 총장이 KAIST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 이곳저곳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뛰어다녔다는 사실은 꽤나 유명한 이야기이다. (러플린 총장이 매일 아침 갑천을 뛰어다녔다던 데..) 개인적인 생각으로 총장 자신이 직접 학교의 리더로서의 노력과 열정을 직접 보여주는데, 대학이 비전을 공유한다면 함께 노력하기를 바란다.
(교수 평가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 참조..)
영어 강의를 대폭 늘리면서 국제화 대학으로 접근 하는 것이며, 총장이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돈을 받으러 다니는 일을 하는 것하며, 교수 평가를 엄격히 하여 교육의 질 개혁을 하는 모습들을 볼 때, 대학과 사회가 함께 이러한 비전을 공유하고 협조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면, KAIST가 진정 세계속의 대학으로 성장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 관련 기사
[사설] KAIST의 교수 철밥통 깨기 확산돼야 -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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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서남표 총장이 KAIST에 취임했을 때, 서남표 총장은 KAIST를 MIT와 함께 경쟁할 수 있는 대학으로 만들겠다며, 비전과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며 등장했다. 노벨상을 받았던 전 러플린 총장이 취임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했지만 (사실 러플린이 KAIST에 총장이 되었던건 홍보성이 강했던것 같다.), 그는 학자로선 훌륭했지만 행정에는 많은 경험이 없었기에 별다르게 이룬 것이 없었고, 모두가 실망을 하고 말았다. 처음에 서남표 총장이 비전을 제시했을 때도 과연 이전 총장들과 무엇이 다를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서남표 총장은 확실히 달랐다. 초기에 재기했던 것 중, '영어 강의 대폭 늘리기', '100억 지원 받기', '교수 평가하기' 등을 실제로 하나하나 이루어 냈다. 이뿐만 아니라 기존의 총장들과 달리 서남표 총장은 학생과 만나서 직접 자신의 비전을 이야기하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도 상당히 많이 가졌다. 한번은 '여학생의 밤'이라는 행사가 KAIST에서 열렸을 때, 서남표 총장이 참여했는데, 교수와 학생들이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에, 서남표 총장은 학생들이 자신에게 와서 이야기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학생들이 있는 이곳 저곳을 기웃기웃 거리면서 먼저 말을 붙였는데,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세가지 정책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해 보겠다.
우선, 가장 먼저 시행했던 것으로, 영어 강의를 대폭 늘렸던 정책이 있다. 지금 KAIST에서는 전체 과목의 약 25% 이상이 영어로 진행된다. 내년(2008년)이 되면 이 수치는 50%로 늘어있을 것이다. 이 정책 이후의 가장 큰 변화는 KAIST 내에 외국인 학생 비율이 부쩍 늘어났다는 것이다. 한 예로, 내가 2007년 봄학기에 들었던 한 과목에서 전체 학생의 약 30% 정도가 교환학생 및 외국인 학생이었다. 다양한 학생들이 한 학교에 있으면 서로간의 문화와 다른 생각들을 공유할 기회가 당연히 더 많아진다. 똑똑한 사람들이 모인 집단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집단에서 더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온다는 연구 결과를 보더라도 대학의 국제화는 필수적인 것이다. 영어 강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다양한 국제 학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국제화 대학으로서의 첫걸음인 것이다.
(현재 이곳 노르웨이 대학에서 KAIST로의 교환학생에 관심을 보이는 한 노르웨이 친구를 만났다. 왜 일본이나 중국의 대학이 아닌 KAIST를 택했냐는 나의 질문에.. 그 친구는 원래 일본으로의 교환학생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일본 대학에서 공부를 하려면 일본어를 알아야만 하지만, KAIST는 한국 최고 대학이면서 대부분의 강의가 영어인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말했다.)
영어 비중을 늘리는 데 대해서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KAIST가 진정 준비가 되어 있는가에 대해서 묻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타 대학과 비교해볼 때, KAIST는 아직 시행만 안했었지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본다. 물론, KAIST의 일반 행정인(기숙사 사감 등)들이 영어를 잘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 비영어권 국가 중 영어를 가장 잘 구사한다는 이곳 노르웨이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를 잘하긴 하지만, 내가 학과나 학교 기관에 전화를 걸어서 이것저것 물어볼 때면, 간혹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에게 바꿔주겠다는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답답한 것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이메일을 보내라'고 하면서도 정작 이메일에 대한 답장을 거의 2주~4주 뒤에 준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느릿한 행정에 대한 불만이 국제 학생들 사이에서 상당히 크다. 이런 면에서는 KAIST는 훨씬 뛰어난 행정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반 행정인의 영어 능력을 싱가포르나 영국 같은 영어권 국가와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면 이런 공백을 NTNU에서는 어떻게 매꾸는가? 바로 학생 네트워크이다! 이곳에는 잘 구성된 학생 네트워크가 상당히 많이 있다. 따라서 교환 학생들이 어려움이 생기면 학생 네트워크에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그러면 멋진 노르웨이 학생들이 최선을 다해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가끔 '비전은 좋은데, 시행하기에 너무 이르지 않냐?'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그냥 '영어 수업하면 내가 귀찮으니까 나 졸업하면 시행했으면 좋겠다'라는 것과 같다. 정말 비전이 좋다고 생각한다면 국제 학생들을 도울 수 있는 학생 네트워크를 조직해 보는 건 어떨까.
(원래 좀더 자세하게 다 쓰려 했는데, 나머지 두 가지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쓸게요;; 졸려서..^^;;)
서남표 총장이 KAIST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 이곳저곳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뛰어다녔다는 사실은 꽤나 유명한 이야기이다. (러플린 총장이 매일 아침 갑천을 뛰어다녔다던 데..) 개인적인 생각으로 총장 자신이 직접 학교의 리더로서의 노력과 열정을 직접 보여주는데, 대학이 비전을 공유한다면 함께 노력하기를 바란다.
(교수 평가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 참조..)
영어 강의를 대폭 늘리면서 국제화 대학으로 접근 하는 것이며, 총장이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돈을 받으러 다니는 일을 하는 것하며, 교수 평가를 엄격히 하여 교육의 질 개혁을 하는 모습들을 볼 때, 대학과 사회가 함께 이러한 비전을 공유하고 협조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면, KAIST가 진정 세계속의 대학으로 성장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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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7/09/30 08:45 | B. Easy articles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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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뉴어심사건은 좀 신선한 충격이긴하네. 나도 사실 교수가 되고싶어하는 이유중에 하나가
한국사회에서 안정성있는거였는데ㅠ ㅋㅋ